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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일을 떠올린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아름답지 않은 것, 심지어는 불쾌함만 주는 것, 또는 미술이 아니라고 외치는 것에도 버젓이 미술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있다. 이럴 때 도대체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아니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도통 알 수 없는 미술이라고 불리는 것들의 물결 속에서 우리가 미술을 이해하는 길은 없는 것일까?
사실 이런 독자들을 위해 한 권만 읽으면 미술을 알 수 있다고 달콤하게 유혹하는 가볍고 예쁜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이런 책들을 한두 권 사본 독자라면 알 것이다. 미술이란 그리 간단히 이해될 수 없는 것임을.
언어학, 컴퓨터공학, 자연과학 등의 분야와 마찬가지로 미술도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초 학습이 필수적이다. 미술의 개념부터, 미술을 이루는 선, 형태, 색채, 구도 등의 시각적 요소들, 영역, 기법 등은 물론이고, 미술이 어떤 변화 과정을 거쳤는지를 추적하는 미술의 역사 등이 말하자면 기초 학습에 해당된다. 이렇게 미술의 탄탄한 기초학습을 위해 나온 책이 바로 이번에 새로 나온 예경의 <새로운 미술의 이해>이다.
이 책은 이제 막 미술가의 길로 들어서려는 이들이나 미술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알아보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 미술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한 권으로 아주 훌륭하게 정리해주는 책이다. 간략하면서도 일목요연한 설명과 지루하지 않은 구성, 참고할 수 있는 큼직하면서도 상태 좋은 도판들이 풍부하게 어우러져, 훌륭한 미술책에 목말랐던 독자들의 바람을 충분히 충족시켜 주는 책이라 자부할 수 있다.
56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부피에 커다란 판형이 부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미술의 백과사전’ 또는 ‘미술에 대한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채롭고 풍부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 한 권을 통독하면 어떤 미술작품, 미술에 대한 어떤 논의를 대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감상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늘 곁에 두고 자신의 필요와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 참고서적으로도 최적이다.
<새로운 미술의 이해>의 원서명은 Understanding art이다. 이것은 지난 20여 년간 영국에서 계속 개정을 거듭해왔고 이번에 예경에서 발간한 것은 2004년에 출판된 개정7판이다. 저자의 끊임없는 개정의 노력 덕분에 이 책은 지난 20여 년간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호평을 받아왔고 현재도 영미권의 미술 전공자, 지도자, 일반인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권위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새로운 시각에서 미술작품을 해석하고, 제3세계 작가나 여성 작가에 대해 균형 잡힌 시선을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전의 책에서는 볼 수 없던 참신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새로운 미술의 이해’라고 붙인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특징
1. 미술의 구성요소부터 미술사에 이르기까지, 미술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가장 대표적인 미술 개론서
이 책은 미술개론서로서 필수적인 요소들, 미술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객관적이면서도 쉬운 해설, 풍부하고 선명한 도판에 가장 충실한 책이라 자부할 수 있다.
우선 이 책은 미술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미술이란 무엇인가의 개념 정의에서 시작해, 미술의 근간이 되는 미술의 언어(즉 선과 시각적 요소, 구성의 원리, 양식, 형태, 내용)와 미술의 영역(소묘, 회화, 판화, 조각, 건축, 공예와 디자인, 사진)을 골고루 모두 다루고 있다. 또한 영화, 비디오 아트, 디지털 아트, 웹 디자인 등까지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오늘날 확대되어가는 미술의 범위를 모두 수용하고 있다.
앞의 내용이 일반적인 미술개론서(특히 미술의 이해라는 제목을 단 책들)의 성격을 띠고 있다면, 후반부는 선사시대의 동굴벽화부터 오늘날 지하철에 그려진 낙서화에 이르기까지 미술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아우르는 미술사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미술사를 한눈에 간단하게 훑고 지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웬만한 미술사 책 한 권보다 범위가 넓고 자세히 다루고 있다. 아프리카의 미술,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 미술, 이슬람 미술, 동양의 미술 그리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21세기의 젊은 작가들까지 포함시킨 저자의 노력과 통찰력에 놀라게 될 것이다.
2. 풍부하고 아름다운 그림 자료
이 책이 내용만큼이나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풍부하고 아름다운 올컬러 화보이다. 방대한 지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그림 자료들이 700여 장이나 실려 있다. 잘 알려진 세계의 명작, 명화, 건축물은 물론이고, 사진, 영화의 스틸, 아프리카의 조각, 일본의 우키요에, 중국의 도자기, 2002년 휘트니 비엔날레에 출품된 디지털 아트 작품까지 한눈에 직접 확인할 수 있다 .
3. 이해하기 쉬운 설명, 다양한 구성과 꾸밈
저자는 일목요연하면서도 쉽게 미술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게다가 곳곳에 마련된 별면이 책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 ‘비교와 대조’는 두 작품 이상을 나란히 놓고 조목조목 짚어주어 실제 수업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예를 들어, 카라바조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와 젠틸레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페이지는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라는 여성에 대해서 남성작가인 카라바조와 여성작가인 젠틸레스키의 그림이 어떻게 다르고 왜 그런가에 대해 저자는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티치아노, 마네, 고갱, 발라동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들 그리고 컴퓨터 게임의 주인공인 라라 크로포트의 모습이 시선과 자세 등에서 여성의 모습이 시대와 작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탐구한 페이지도 흥미롭다.
- ‘집중 연구’는 한 작가나 작품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예를 들어, “반 고흐가 귀를 자른 이유”에서는 반 고흐의 충동적 행동에 대한 정신분석학자들의 너무나 다양하고 흥미로운 해석을 들려주고 있다.
- 또한 이 책에는 곳곳에 다 빈치, 미켈란젤로부터 현대의 잭슨 폴록, 윌렘 드 쿠닝, 헨리 무어, 다니엘 리베스킨트 등 작가, 평론가들의 명언이 적혀 있다. 이 인용구들이 작가들의 창작태도와 자세를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작품을 이해하는 데 평론가의 수백 마디보다 작가의 진심이 담긴 한 마디가 마음에 더 와 닿을 때가 많다.
- ‘미술 여행’에서는 수많은 미술품의 보고인 뉴욕, 워싱턴, 예루살렘, 로마, 런던, 파리를 여행하는 또 다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단순히 각 도시의 미술품과 박물관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조망하고 실제로 따라가 볼 수 있도록 경로와 여행 방법을 제공한다. 각 미술 여행은 풍부한 사진과 미술작품이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
4. 미술에 대한 참신하고 균형 잡힌 시각
이 책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은, 비서구권 미술가, 현대 미술가 그리고 특히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비중 있게 다룬, 저자의 참신하고 균형 잡힌 시각이다. 2002년 휘트니 비엔날레에 출품된 다라 번바움, 빌 비올라 등의 디지털 아트 작품 등 21세기를 여는 세계의 여러 젊은 작가들까지 다루고 있다. 미리엄 셔피로, 게릴라 걸스 등 페미니즘 미술운동을 펼치는 현대의 여성작가들뿐만 아니라 로코코 시대의 화가 엘리자베스 비제-르브룅, 인상주의 화가 메리 커샛 등을 비중 있게 다룬 점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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