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소통의 시작, 대학 글쓰기를 위한 지침서
보고서, 시험 답안, 독서 감상문과 서평 등 대학생들은 한 학기에 평균 서너 편 이상의 보고서나 답안을 쓰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학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글쓰기 능력은 대학을 떠난 뒤에도 개인의 다른 어떤 전문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사람의 정신을 고양하는 데 일생 동안 가장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다.
《대학 글쓰기 1》은 이렇게 전공이나 학문 분야를 넘어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과 자유롭고 정확하게 소통하게 하는 전반적인 학술적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한 책이다. 글쓰기의 절차를 세분화하여 학생들이 그다음 단계에서 본격적으로 배우게 될 소논문 쓰기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주제 잡기, 자료 찾고 정리하기, 개요 짜기, 문장 쓰기, 글 다듬기, 주석 및 참고문헌 목록 작성하기와 같은 글쓰기의 일반적 절차를 일목요연하게 풀었다. 또한 텍스트를 읽고 분석하는 과정을 강조함으로써 대상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고 이를 학문적인 문제의식으로 심화할 수 있게 했다.
글쓰기 기술을 익히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창조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 그리고 논리적 사고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글쓰기를 어려워하면서 ‘지름길’을 찾는다. 그러나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세계를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정해 나가기 위한 글쓰기라면, 따로 마련된 지름길은 없다. (12쪽)
글쓰기 과정에서 대학생들이 이러한 잘못을 저지르는 원인은 잘못 굳어진 학습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지,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독서와 탐구를 통해 직접 과제물을 작성하는 대신에 인터넷 등을 활용하여 짧은 시간 안에 다른 사람이 쓴 자료를 편집해 처리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와서는 방대한 지식을 소화하면서 독자적인 글쓰기를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갖게 된다.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하며 어느 정도의 시간이 드는지 미리 따져보고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은 제출 기한이 임박하면 손쉬운 비도덕적 편법에 유혹당하기 쉽다. 또 아직 학문 초보자로서 자신이 제시하고자 하는 방법과 주장을 미숙한 것으로만 여겨 막연한 공포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된다. (20-21쪽)
온전한 주제를 잡기 위해서는 문제의식이 뚜렷해야 한다. ‘K축구팀은 감독이 문제다’, ‘교내 축제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여 문제다’와 같은 ‘문제’ 자체가 곧바로 문제의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 표현은 문제점에 대한 단순한 불평에 가깝다. 다만 축구팀 감독의 무능함과 축제 홍보의 필요성을, 주제라기보다는 화제로서 떠올렸다는 정도의 의미를 인정할 수 있을 따름이다. 화제를 주제의 수준으로 심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문제의 원인이나 논의할 필요성을 질문의 방식으로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다섯 경기 동안 감독의 선수 교체 이후 팀 실점이 얼마나 되는가?’, ‘교내 축제 시작 2주 전을 기준으로, 홍보물이 얼마나 학생들의 눈에 자주 들어오는가?’와 같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범위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25쪽)
인용에서 특별히 주의할 점은 자신의 말과 다른 사람의 말이 혼동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요약의 경우에도 직접 인용한 부분이 포함된다면 큰따옴표를 써서 해당 부분을 분명하게 표시해야 한다. 내용을 요약해서 옮겨 적더라도 원문의 표현이나 글의 구조, 전개를 그대로 빌려 와서는 안 된다. 올바른 바꿔 쓰기는 원문의 내용만을 빌려 오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자기 나름의 이해와 평가를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경우에도 참고자료의 출전은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다음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이 점을 확인해 보자. (49쪽)
일반적으로 글을 쓰고 있을 때나 다 쓰고 난 직후에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내용이 글에 잘 반영되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실제로 그 글을 제3자의 입장에서 읽어 보면 자신이 생각한 내용이 제대로 담겨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되곤 한다. 그러므로 글을 다듬는 단계에 이르면 가급적 객관적인 눈으로 자신의 글을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읽으려면 우선 자신이 몰입해 있던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이 쓴 글을 읽을 때 독자의 시각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글이 완성되었을 때 며칠쯤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서 그 글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85쪽)
작가가 상상을 통해 만들어 낸 사건, 달리 말해 창조된 이야기인 소설 작품은 서사적 글쓰기를 대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서사는 상상적 글쓰기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글쓰기에서도 자주 활용된다. 예컨대 역사 서술이나 신문 보도 기사 같은 경우도 연속적인 사건들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살핀다는 점에서 서사에 해당한다. 다만 비문학적인 서사와 문학적인 서사의 경우 구체적인 방법이나 지향점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116-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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