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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물 세 명의 저자가 쓴 수학교육철학 분야의 논문 4편, 수학교육심리학 분야의 논문 4편, 수학학습지도방법론 분야의 논문 6편, 수학교재론 분야의 논문 9편, 총 23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론서 또는 핸드북처럼 비교적 평이한 논문도 아니고 각 분야의 필수 요소를 고루 다루는 논문도 아닌데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스물 세 명의 저자들이 쓴 논문을 묶어서 책으로 내는 것은 다음과 같은 배경과 기대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독자들 가운데 일부는 스물 세 가지 목소리가 아니라 몇 가지의 핵심적인 목소리를 서로 다른 맥락 속에서 확인하는 특이한 경험을 할 지 모릅니다.
이는 Reason, P. & Bradbury, H. (2000)이 Handbook of Action Research의 서문에서 그토록 자세하게 소개한 바와 비슷하게 이 책의 저자들이 마치 "가족"과도 같은 두터운 친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철문"은 이 책의 저자들에게 삶으로 살았건 전설로 들었건 간에 특별한 의미로 기억되는 단어이며 왜 그들이 "가족"과도 같은 친밀감을 가지게 되었는지 설명해 줍니다.
수학교육학에 대한 정체성이 안과 밖으로부터 끊임없이 도전 받던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 영어권은 물론이고 프랑스나 독일, 일본 등에서 입수된 난해한 책이나 논문, 수학교육에 대한 끝없는 논의가 "철문" 사람들을 한데 모았었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휴식 공간에 불과했던 곳을 철문으로 막아 임시로 만든 그 연구실은 우리나라 수학교육학이 겪은 초창기 역사의 특징을 아주 잘 표현하기도 합니다.
Brousseau, G. (1997)가 주장하였듯이 수학교육의 중요한 원리는 수학교육학을 공부하는 교사 또는 연구자에게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면, 이 책의 논문들을 통하여 우리나라 고유의 수학교육학을 "역사발생적으로" 이해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수학교육 연구에 관심이 있는 요즈음의 다양한 독자들에게 그 나름의 의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주제가 다르다고 해서 스물 세 편의 논문을 분리하여 이해하기보다는 이들 논문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거나 두 세 편씩 관련지어 감상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요즈음 어느 분야에서나 우리나라 고유의 목소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이런 저런 역사의 굴곡을 지나 우리나라가 이제 드디어 독자성을 확보할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수학교육학 분야의 연구 또한 단 몇 권의 책으로 기초를 삼고 기약 없이 오랜 기간을 자료수집과 수집한 자료의 해석에 보내야했던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번역서도 많고 세부 연구 분야의 책도 상당수 출판되고 있어서 연구문화가 점차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제 우리나라 수학교육학 연구의 선구자이신 우정호 교수님의 노력이 구체적인 결실을 맺어 수학교육학 분야도 독자성을 갖출 능력을 확보하게 되었고 고유의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찾아나갈 때입니다.
이 책에 실린 스물 세 편의 논문은 다양한 맥락에서 고유의 목소리를 찾는 출발점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앞서 이 책의 저자들이 얼마간 동질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각 논문은 독특한 맥락을 가지고 있으며 심도 있는 후속 연구를 통하여 충분히 다양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독자의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우리나라 수학교육학이 고유한 목소리를 가지게 되는 데 이 책이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이 책의 논문들 대부분은 저자들을 오래도록 괴롭히다가 결국은 박사학위를 통하여 저자들로 하여금 수학교육학 연구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한 것이어서 저자들에게는 보이기 싫은 신체처럼 내세우기 어려우면서도 소중한 것입니다. 또한 누구에게도 선뜻 털어놓지 못하면서 마음으로는 늘 잊지 못할 첫사랑의 추억처럼 수줍게 되새기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제법 달라진 각자의 삶 속에서 부끄럽고 소중한 학위논문을 요약하여 기꺼이 하나의 책으로 만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밤이나 낮이나 "불이 안 꺼지는" 연구실에서 제자들을 채찍질하여 수학교육학의 희망이며 미래로 키워주신 우정호 교수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입니다.
이 책이 앞으로 보다 세부적인 영역의 전문가와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한 독자적인 수학교육학 이론의 개발에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며, 무엇보다 우정호 교수님의 희망대로 "탄탄하게" 수학교육학의 토대를 다지는 데 기여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